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은 어디일까요?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 인터넷은 좀처럼 하나의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어떤 자료는 리비아의 사막 마을을, 어떤 자료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를 가리킵니다. 더 파고들면 이란의 루트 사막이나 중국의 화염산을 드는 글도 나옵니다. 같은 질문인데 답이 갈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류가 측정해 온 ‘최고 기온’ 기록 자체가, 지난 100여 년 사이 몇 번이나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그 정정의 한복판에는 낡은 종이 한 장이 있었습니다. 2011년, 내전이 한창이던 리비아에서 한 국제 조사팀이 1922년에 작성된 관측 일지 원본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일지에서, 90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높았던 기온’으로 인정받아 온 기록이 실은 한 관측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기록이 어떻게 세워졌고 어떻게 무너졌는지, 그리고 지금은 또 어떤 기록이 그 왕좌를 넘보고 있는지를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지구에서 가장 더웠던 곳’이라는 자리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90년간 ‘세계 최고 기온’이었던 리비아 58℃

이야기는 1922년 9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중해 연안 도시 트리폴리에서 남남서로 약 40km 떨어진 마을 엘아지지아, 당시 이탈리아군이 주둔하던 기지의 관측소에서 한 기록이 작성됐습니다. 섭씨 58.0도, 화씨로 136.4도. 그날 이후 이 숫자는 90년 동안 ‘지구가 기록한 가장 높은 기온’으로 세계 여러 기록집에 인용됐습니다.
의문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든 것은 2010년입니다. 기상 역사를 추적해 온 한 연구자가 이 기록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세계기상기구(WMO)는 진상을 가리기 위해 9개국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조사팀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조사가 시작된 2011년, 리비아는 내전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조사팀은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90년 전의 자료를 추적해야 했습니다.
추적 끝에 그들은 결정적 증거를 손에 넣었습니다. 1922년 당시 작성된 관측 일지의 원본이었습니다. 일지를 들여다본 조사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문제의 기록이 작성되기 이틀 전, 관측 업무를 새 담당자가 막 넘겨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미숙한 관측자는 측정값을 일지의 엉뚱한 칸에 적어 넣은 정황을 남겼습니다. WMO 조사를 이끈 랜들 서버니는 훗날 관측자가 숫자를 잘못된 칸에 기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사팀이 정리한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읽기 어렵고 오차가 큰 구형 온도계, 막 투입된 미숙한 관측자, 주변의 평범한 사막 흙이 아니라 아스팔트에 가까운 지면 위에 놓인 관측소, 인근 지역의 기온과 동떨어진 수치, 같은 장소에서 이후에 측정된 값들과도 맞지 않는 기록. 측정값이 실제보다 한참 부풀려졌다고 볼 근거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2012년 1월, 13명의 위원은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13일, WMO는 리비아의 기록을 공식 무효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기록이 세워진 지 정확히 9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더웠던 곳’의 자리는 한순간에 비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기록의 정확한 수치를 두고도 한국어 자료들은 종종 엇갈립니다. 57.8℃로 적은 곳이 적지 않지만, WMO가 공식 문서에 기재한 값은 58.0℃(136.4℉)입니다. 90년간 정상에 있던 기록조차 이렇게 출처마다 미세하게 다르게 떠돈다는 사실은, 뒤에서 살펴볼 또 다른 논쟁을 미리 예고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1위는 — 데스밸리 56.7℃, 그러나

리비아의 기록이 사라지자, 왕좌는 자동으로 다음 순번에게 넘어갔습니다. 1913년 7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의 퍼니스크릭 목장에서 측정된 56.7℃(134℉)입니다. 묘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가장 최신의 타이틀이, 사실은 100년도 더 전에 세워진 낡은 기록의 차지가 된 것입니다. 리비아 기록이 인정받기 전까지 원래 1위였던 데스밸리가, 9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데스밸리의 기록 역시 처음부터 미심쩍다는 시선을 받아 왔습니다. 일찍이 1949년, 기상학자 아널드 코트는 1913년의 측정값이 당시 불어닥친 모래폭풍이 만든 이상 기록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과열된 모래가 관측소의 온도계를 때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았으리라는 것입니다.
현대의 기상 역사학자들의 분석은 더 구체적입니다. 크리스토퍼 버트와 윌리엄 레이드 같은 연구자들은 1913년 데스밸리의 관측값이 실제 기온보다 2.2~2.8℃(4~5℉)가량 높게 기록된 이상값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이들의 분석이 옳다면, 100년 넘게 1위를 지켜 온 그 숫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더위인 셈입니다.
의심은 최근에도 이어집니다. 2025년에 발표된 한 분석은 더 흥미로운 정황을 짚었습니다. 당시 기온을 측정하던 관측소가 원래는 물을 댄 농경지 가장자리에 있었는데, 농장 관리인이 공식적인 승인이나 기록 없이 더 뜨거운 맨땅 위로 그 위치를 옮겼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 분석은 학계에서도 무게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막연구소의 기후학자 댄 매커보이조차, 데스밸리의 기록이 부정확하다는 결론이 탄탄한 역사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그는 1913년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WMO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확실한 오류가 증명되기 전까지 1913년 데스밸리의 기록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의심은 무성하지만, 그 의심이 기록을 뒤집을 만큼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입니다. 리비아를 무너뜨린 것이 ‘엉뚱한 칸에 적힌 숫자’라는 명백한 증거였음을 떠올리면, 데스밸리에는 아직 그만한 한 방이 없는 셈입니다.
문제는, 만약 언젠가 그런 결정적 증거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왕좌를 이어받을 다음 기록들은 이미 순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데스밸리가 무너지면 — 순번을 기다리는 기록들
기록의 세계에는 일종의 대기열이 있습니다. 1위가 무효가 되면 그 자리는 비는 게 아니라, 검증된 다음 순번에게 넘어갑니다. 리비아가 무너졌을 때 데스밸리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1913년 데스밸리의 기록마저 언젠가 말소된다면, 다음 왕좌의 주인은 누가 될까요.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다시 데스밸리입니다. 2013년 6월 데스밸리와 2016년 7월 쿠웨이트 미트리바흐에서 각각 측정된 54.0℃(129.2℉)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차순위 기록입니다. 1913년 기록이 사라지면 이 값이 곧장 새로운 공식 1위가 됩니다. 100년 전의 의심스러운 한 번의 측정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현대적인 장비로 잰 기록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신뢰도는 더 높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록도 있습니다. 데스밸리 퍼니스크릭은 2020년 8월 16일과 2021년 7월 9일, 앞의 값을 웃도는 54.4℃(129.9℉)를 관측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현존하는 ‘실제로 가장 더웠던 날’에 가장 가까운 기록입니다. 다만 이 값은 아직 WMO의 공식 검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장 뜨거웠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공인’이라는 도장은 찍히지 않은 기록인 셈입니다.
여기서 stranger가 강조하고 싶은 구분이 있습니다. 흔히 ‘세계 최고 기온’을 검색하면 여러 숫자가 뒤섞여 나오지만, 그 숫자들은 결코 같은 무게가 아닙니다. 크게 셋으로 나눠야 합니다. 첫째는 공인된 기록입니다. WMO의 검증을 통과해 현재 공식 1위인 56.7℃가 여기 속합니다. 둘째는 검증 대기 중인 기록입니다. 2020·2021년의 54.4℃처럼, 수치는 더 높지만 아직 공인 절차를 밟고 있는 값입니다. 셋째는 무효가 된 기록입니다. 리비아의 58.0℃처럼 한때 정상이었으나 오류로 판명돼 퇴출된 숫자입니다. 같은 ‘최고 기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어떤 것은 살아 있는 기록이고 어떤 것은 이미 지워진 기록입니다.
결국 ‘지구에서 가장 더웠던 곳’을 둘러싼 이 모든 혼란은, 우리가 ‘기온’이라는 말을 생각보다 느슨하게 쓰고 있다는 데서 옵니다. 같은 장소, 같은 날이라 해도 무엇을 어떻게 재느냐에 따라 숫자는 전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측정 방식을 바꾸는 순간, 지금까지의 순위는 통째로 뒤집힙니다.
기온이 아니라 ‘땅의 온도’라면 — 93.9℃의 세계
지금까지 살펴본 기록은 모두 ‘공기의 온도’, 즉 기온입니다. 기온에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측정 방식이 있습니다. 지면에서 1.5m 높이에, 직사광선을 가린 백엽상 안에서 잰 값이어야 합니다. 리비아도 데스밸리도 모두 이 기준으로 다툰 기록입니다. 그런데 ‘가장 뜨거운 곳’을 공기가 아니라 다른 잣대로 재면, 숫자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뛰어오릅니다.
땅의 표면 온도를 보겠습니다. 한여름 맨발로 밟은 모래사장이나 달궈진 아스팔트를 떠올리면 됩니다. 같은 장소라도 지표면은 공기보다 훨씬 뜨거워서, 그 차이가 30~50℃에 이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데스밸리 퍼니스크릭에서는 1972년 7월, 지표면 온도가 무려 93.9℃(201℉)까지 치솟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물이 끓는 100℃에 육박하는 온도가 땅 위에서 측정된 것입니다. 다만 이 값은 기온이 아니므로 ‘세계 최고 기온’ 공식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시야를 더 넓혀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지표 온도를 훑으면, ‘가장 뜨거운 곳’의 후보지 자체가 달라집니다. 위성 관측에서 가장 자주 1위로 꼽힌 곳은 이란의 루트 사막입니다. 2005년 이곳의 지표면 온도는 70.7℃(159.3℉)로 측정됐고, 여러 해에 걸쳐 반복해서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지점으로 기록됐습니다. 데스밸리도 리비아도 아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이란의 황무지가 ‘진짜 가장 뜨거운 땅’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위성 측정값을 기온과 곧바로 견줄 수는 없습니다. 위성은 좁은 한 지점이 아니라 넓은 구역의 평균을 재기 때문에, 특정 지점의 최고 표면 온도보다 오히려 낮게 잡히기도 합니다. 측정 방식이 다르면 비교의 잣대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하나의 질문에는 사실 세 개의 답이 있습니다. 공기로 재면 데스밸리, 땅 표면으로 재면 다시 데스밸리의 93.9℃, 위성으로 재면 이란의 루트 사막. 우리가 무심코 던진 질문이 좀처럼 하나의 답으로 모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하필 그곳이고, 인간은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마지막으로 두 가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왜 하필 이런 외진 곳들이 더위의 정점을 다투는가, 그리고 그런 곳에서 인간은 과연 버틸 수 있는가.
데스밸리가 극한의 더위를 품는 이유는 지형에 있습니다. 이곳은 해수면보다 낮게 푹 꺼진 길고 좁은 분지로, 양옆을 가파른 산맥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서쪽 산맥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기를 가로막아 미국에서 가장 건조한 땅이 되었고, 마른 바닥의 모래와 소금 평원은 햇볕을 고스란히 빨아들여 펄펄 끓습니다. 거기에 분지라는 그릇 모양이 달궈진 공기를 가두고 순환시키니, 열이 빠져나갈 틈이 없습니다. ‘가장 더운 곳’은 우연이 아니라 지형이 빚어낸 필연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56℃의 더위를 견딜 수 있을까요. 의외로 답의 열쇠는 기온이 아니라 습도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식히는데, 공기가 습하면 땀이 마르지 않아 이 냉각 장치가 멈춰 버립니다. 그래서 더위의 위험을 가늠할 때는 기온과 습도를 하나로 합친 ‘습구온도’를 봅니다.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가 가리키는 온도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생존 한계 역시 최근에 다시 쓰였습니다. 오랫동안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상한선은 습구온도 35℃로 여겨졌습니다. 이 온도를 넘으면 땀 증발이 멈춰 건강한 사람도 체온 조절에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35℃라는 숫자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측정이 아니라 이론과 모델에 근거한 값이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2022년 젊고 건강한 성인을 실험실에서 직접 검증한 결과, 실제 한계는 그보다 낮은 습구온도 31℃ 부근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한계조차, 막상 사람을 데려다 재어 보니 달랐던 것입니다.
이 사실은 데스밸리의 역설을 설명해 줍니다. 56℃라는 기온은 분명 치명적이지만, 데스밸리는 극도로 건조해 습구온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땀이 잘 증발하는 만큼 짧은 시간이라면 사람이 버틸 여지가 있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은 기온이 그보다 한참 낮아도 습도가 높은 곳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데스밸리가 가장 무서워 보이지만, 실제로 사람을 먼저 쓰러뜨리는 더위는 따로 있는 셈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은 어디일까요. 공기로 재면 데스밸리, 땅으로 재면 끓는점에 육박하는 그곳의 지표, 위성으로 보면 이란의 루트 사막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답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리비아의 58℃가 90년 만에 지워졌듯, 데스밸리의 기록도 인간 생존의 한계도 새로운 증거 앞에서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더운 곳’을 정확히 아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숫자들이 저마다 어떤 무게를 지녔는지 — 무엇이 검증된 사실이고 무엇이 아직 의심받는 기록인지를 구분하는 눈일지도 모릅니다.